AI & Data Intelligence
시스템은 늘었지만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제조 AI가 마주하는 운영의 단절
생산 라인에서 불량률이 갑자기 높아지면 관리자는 여러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현장을 오가며 원인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MES에서 생산 실적과 작업 조건을 살펴보고, QMS에서는 불량 유형과 검사 결과를 대조합니다. 설비 이상이 의심되면 CMMS의 정비 이력을 찾아봅니다. 그래도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과 아직 디지털화되지 못한 현장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작업자와 설비 담당자를 찾아 최근 이상 현상에 대해 확인해야 합니다.
필요한 정보는 대부분 생산 현장 안에 있습니다. 다만 서로 다른 곳에 조각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생산 기록에는 무엇을 만들었는지가, 품질 데이터에는 어떤 문제가 나타났는지가, 정비 이력에는 설비에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가 남습니다. 그러나 이런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는 왜 문제가 생겼는지 바로 알기 어렵습니다. 결국 관리자가 각기 다른 공간에 기록되어 있는 시스템 속 데이터, 작업자의 경험, 현장 기록 등을 연결해 하나의 연쇄적 사건으로 분석하고 연결해 결론을 도출해야 합니다.
공장의 많은 영역이 디지털화되었지만 현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보고는 여전히 사람의 기억과 수작업에 기대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데이터 부족이 아닌, 디지털화된 기록과 현장 실무의 맥락이 따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가 있어도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
제조 현장의 설비와 공정은 각기 다른 고유의 목적으로 가동되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이 동일한 속도로 진행되기 어렵습니다. 최신 장비로 실시간 데이터를 보내는 라인이 있는가 하면, 오래된 설비의 상태를 작업자가 직접 확인해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점검 결과와 특이사항은 수기 일지, 엑셀, 메일, 이미지 등 제각기 다른 형태로 남습니다. 생산·품질·설비 부서가 같은 현상을 서로 다른 명칭과 기준으로 기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아날로그 공정은 종이 문서가 남아 있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설비 소음이나 진동의 미세한 변화, 특정 자재를 투입한 뒤 나타난 반응, 작업 순서나 교대조에 따른 차이처럼 데이터베이스에 충분히 담기지 않는 요소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런 정보는 숙련자의 경험이나 부서별 기록에 머물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비로소 다시 수집됩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2025년 발표한 제조업 AI 활용 현황 및 애로사항 분석에서 국내 제조업의 AI 활용 범위와 관련 지침 수립이 아직 초기 단계라고 진단했습니다. 기존 설비와 작업 환경의 한계로 제조 데이터 융합과 AI 연계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주요 장애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제조 AI가 더디게 자리 잡는 배경은 해외도 비슷합니다. OECD의 2026년 제조 AI 분석에 따르면 2024년 EU 제조기업의 AI 활용률은 10.6%로 전체 산업 평균인 13%보다 낮았습니다. 생산 공정 최적화에 AI를 적용한 제조기업은 2.8%에 그쳤습니다. 데이터 품질과 사일로, 레거시 환경과의 연동 등의 한계로 인해 AI가 내놓은 결론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AI 결과물에 대한 낮은 신뢰로 이어져 현장에서의 활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NIST의 제조 시스템 통합 연구에서도 기계, PLC, 센서에서 생성된 정보가 MES나 ERP 같은 상위 관리 체계와 단절되는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개별 솔루션이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하더라도 서로 다른 기록의 의미와 맥락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공장 전체를 일관된 관점으로 관제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이런 환경에 AI를 추가한다면 검색이나 분석에 걸리는 시간은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비 이력과 불량 발생의 관계, 자재 변경 등이 실제 공정에 미친 영향, 현업이 이상 여부를 가려내는 기준까지 함께 다루지 못한다면 결과는 다시 참고 자료에만 머물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도구는 늘어나도 관리자가 사람과 자료를 찾아다니며 원인을 재구성하는 방식은 달라질 수 없습니다.
운영을 바꾸려면 판단 과정부터 조직의 자산으로 남겨야 한다
운영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료를 한곳에 모으는 것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엇을 살펴보고, 어떤 기준으로 원인을 좁히며, 이후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까지 조직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를 함께 다뤄야 합니다.
- 설비·공정·자재·품질 데이터 간의 관계와 상호 영향도를 보여주는 업무 맥락
- 이상 여부와 원인을 가려내는 전문가의 기준, 예외 조건과 우선순위
- 분석 결과를 점검, 보고, 조치 등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주는 업무 프로세스
제조 산업의 지식은 크게 온라인 시스템과 오프라인 현장에서 동시에 존재하며, 데이터 유형 또한 문서, 데이터, 규칙, 통계와 예측 모델 등 여러 형태로 분산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상당 영역의 데이터는 디지털 방식으로 충분히 포착되거나 검색되지 못합니다. 생산량이나 불량률이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보여준다면, 제조 산업의 전문 지식은 그 현상이 ‘왜 발생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해석하는 기반이 됩니다.
따라서 기존 MES, QMS, CMMS를 단순히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 시스템에 분산된 데이터를 연결하고, 이를 실제 업무와 의사결정으로 이어가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저장소와 작업 문서에 흩어진 정보를 공장 고유의 개념과 관계에 맞춰 엮고, 숙련자가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까지 운영 시스템 내에서 활용될 수 있는 형태로 자산화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개인의 노하우가 담당자와 함께 사라지지 않고 데이터화된 자산으로 남아 다른 담당자나 다음 의사결정에도 일관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S2W는 이와 같이 복잡하고 다층적인 데이터 관계성의 분석을 위해 온톨로지 기반 의사결정 OS, SAIP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생산·품질·설비 영역의 정형 데이터와 작업 일지, 그리고 특히 이상 보고서 같은 비정형 자료를 함께 다루고, 설비·공정·자재·품질 사이의 관계를 온톨로지로 표현합니다. 여기에 전문가의 분석 기준과 업무 규칙을 반영해 관련 자료를 근거로 결과를 도출합니다. 생성된 결과에 활용된 데이터와 추론 과정을 투명하게 제시하고, 결론에 도달한 근거와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가시화해 담당자의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돕습니다.
가령 지난 7일 동안 생산품의 불량률이 급증했다면 하나의 설비를 점검하는 것만으로 원인을 특정할 수 없습니다. 품질검사에 나타난 불량 유형, 설비의 정비 주기와 이상 징후, 최근 투입된 자재, 작업 일지에 남은 조건 등 보이지 않는 정보도 함께 봐야 합니다. SAIP는 이 정보들을 하나의 관계망에서 살펴보며 원인 후보를 좁히고, 각 요소가 품질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이후 설비 점검 요청, 관련 자료 첨부, 담당 부서 보고, 후속 일정 등록 등 구체적인 조치로 이어지는 상황별 맞춤형 워크플로우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는 AI가 관리자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여러 화면과 현장를 오가며 매번 근거와 분석을 다시 진행하는 부담과 리소스 낭비를 덜고, 더 빠르고 일관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에게 쌓인 경험을 조직의 지식으로 남겨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때 처음부터 원인을 찾는 비효율도 줄일 수 있습니다.
제조 AI 도입은 새로운 모델을 고르는 일보다, 공장 안에서 반복되는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는 데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어떤 업무가 여전히 수작업에 의존하는지, 필요한 자료가 어디에 흩어져 있는지, 분석이 후속 조치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무엇이 끊기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제조 산업 전문 지식에 특화된 AI와 온톨로지 구축으로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운영 체계 도입을 위해, 먼저 우리 공장의 판단 과정부터 점검해 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