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ber Threat Intelligence
위협 신호에서 국가 리스크까지, 선제 대응을 위한 판단 체계
국가 차원의 위협은 위험 신호를 빨리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언제부터 위협을 판단할 수 있는가'입니다. 실제 위협은 사고가 공식적으로 확인되기 전부터 여러 흔적을 남길 수 있습니다. 특정 기관이나 인프라를 겨냥한 위협 행위자의 움직임, 외부로 유출된 정보, 공격 인프라의 변화, 익명 채널에서 포착되는 언급처럼 각각은 단편적으로 보이는 신호들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신호를 발견하는 것만으로 선제 대응이 가능해지지는 않습니다. 여러 정보를 연결해 우리 국가와 기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해석하고, 위험의 수준과 파급 가능성을 가늠한 뒤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근 국가안보 영역에서 이러한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U는 2026년 하이브리드 위협 대응 체계에서 사이버 공격, 핵심 인프라를 겨냥한 활동, 외국의 정보조작과 개입 등을 복합적인 위협으로 다루며 예방과 통제, 그리고 대응을 연계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러 영역에서 나타나는 신호를 연결해 위협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공통된 상황인식과 조율된 대응으로 이어가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는 국가의 위협 관리가 사고 발생 이후 기술적인 수습에만 머물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위협이 현실화되기 전부터 그 의미와 영향을 파악하고 움직일 수 있는 운영 체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보는 있는데, 왜 판단은 늦어질까?
정부기관이 활용하는 위협 정보는 한곳에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보안 조직이 확인하는 침해 정황과 공격 지표가 있는가 하면, 해외 기관의 경보, 위협 행위자의 외부 활동, 정보 유출이나 불법 거래 정황처럼 관제 레이더 밖에서 발견되는 신호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별 정보가 국가 차원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얼마만큼의 영향도를 갖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나의 침해 정황이 특정 기관의 보안 문제에서 그치는지, 다른 기관이나 핵심 인프라와 연결된 활동인지 등 여러 관점과 변수에 따라 사안의 무게는 달라집니다. 기술적 조치만으로 대응 가능한 사안인지, 타 기관의 공조나 국제 협력까지 검토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려면 서로 다른 신호 사이의 관계와 전체 맥락을 살피는 검토 과정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정부 조직 특유의 운영 조건도 더해집니다. 기관마다 확보할 수 있는 정보와 권한이 다르고, 공유 가능한 범위와 보안 체계 역시 각기 다른 고유의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사이버 위협이 외교나 국가안보 문제로 이어질 경우에는 여러 기관의 판단과 역할을 함께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위협이 의심되는 상황에도 여러 단계의 판단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실제로 2025년 제7차 한-EU 사이버정책협의회에는 외교부와 국가사이버안보센터를 비롯해 검찰·경찰,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국내 여러 기관과 EU 대외관계청 및 집행위원회가 참여했습니다. 양측은 사이버안보 정책과 대응 체계를 공유하고 주요 행위자별 위협을 살피는 한편, 국제 공조와 다자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하나의 위협 환경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미 보안과 외교, 정책 등 여러 영역에서의 판단이 맞물리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리스크 관리에서 부족한 것은 반드시 정보의 양이라고만 볼 수 없습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서로 다른 곳에서 들어오는 신호를 하나의 일관된 관점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국가 기능과 이해관계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 실제 의사결정에 필요한 인텔리전스로 전환할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선제 대응의 역할은 판단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
‘선제 대응’이라는 표현은 때때로 아직 일어나지 않은 공격을 예측하는 기술처럼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나 모든 위협을 미리 정확하게 맞히고자 하는 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더 중요한 것은 위험이 실제 피해로 이어지기 전에 상황을 이해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위협의 성격과 대상, 연관 활동과 파급 가능성을 앞선 시점에 파악할 수 있다면 유관 기관, 또는 대상 등은 어떤 수준으로 개입할지, 어떤 수단을 활용할지 미리 검토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위협 정보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분석을 통해 의미를 파악하고 대응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입니다.
- 다양한 출처에서 감지되는 위협 신호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는 데이터 기반 시스템
- 단편적인 정보를 위협 행위자, 인프라, 활동 이력, 조직적 활동 여부 등과 국가의 주요 자산·이해관계에 연결해 의미와 영향도를 해석하는 분석 체계
- 분석 결과를 위험 우선순위와 유관 기관 공유, 정책적·기술적 대응 검토로 이어가는 운영 프로세스
이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위협 인텔리전스가 단순한 경보나 참고자료를 넘어 국가 리스크 관리의 판단 근거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국가와 외교 영역에서 이러한 체계를 구현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부처와 기관의 역할을 정해야 하고, 어떤 정보를 누구와 어느 수준까지 공유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합니다. 분석 결과의 신뢰도와 출처, 정책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의 수준 역시 중요합니다. 국제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라면 상대국이나 국제기구와의 정보 공유와 대응 방식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운영 체계를 갖추면서 얻을 수 있는 가치는 작지 않습니다. 사고 발생 이후에는 피해를 통제하고 확산을 막는 일이 우선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전에 위험의 방향과 파급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되면 잠재 위협에 대한 추가 정보 확인부터 기술적 방어, 유관 기관 공조, 국제 협력과 외교적 수단에 이르기까지 더 다양한 선택지 검토가 가능해집니다. EU가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해 상황인식을 토대로 예방적·협력적 조치와 제한적 조치 등 여러 수단을 연계하는 것도 이러한 운영 방식의 한 사례입니다.
S2W는 위협 인텔리전스의 역할을 동일한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외부에서 발생하는 위협 신호를 단순히 수집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위협 행위자와 인프라, 식별자, 활동 이력, 국가 배후 APT 그룹 관련 여부 등 흩어진 단서의 연관관계와 맥락을 분석해 실제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인텔리전스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또한, 야생에 도사리고 있는 잠재적 위협을 찾아다니며 연구하고 위협 상황 발생 시 즉시 대응에 활용할 수 있도록 대비합니다. 이러한 가시성과 분석 역량은 기관이 보유한 정보와 결합될 때 위험의 의미를 더 이른 시점에 파악하고 대응 우선순위를 검토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왔습니다.
국가와 정부기관의 위협 대응 체계를 한 번에 바꾸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할 영역은 운영 시스템의 효율성입니다. 현재 확보하고 있는 위협 정보가 경보와 보고에서만 끝나고 있는지, 아니면 위험의 의미와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유관 기관의 움직임으로 이어지는지 검토해보는 것이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 되어줄 것입니다.
국가적 위협 대응 역량은 위협을 얼마나 빨리 발견하느냐를 넘어, 얼마나 일찍 대응을 준비할 수 있느냐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위협이 현실화되기 전에 그 의미와 파급력을 파악하고, 국가가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검토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